
오늘날, 사람들에게 재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과연 무엇일까?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편안함?
정열적인 연주자에게서 뿜어져나오는 화려함?
바지를 축축히 만들어주는 서정성?
느끼는 바가 다 다르기 때문에 답은 제각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어서, '이런 이미지를 가진 재즈가
당신에게 친숙합니까?' 라고 묻는다면 어떨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아니오'라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가장 많이 들을 대답은
'어려워서'가 아닐까. 재즈의 유별난 난해함은
사람들에게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때문에
대중들과 재즈 사이의 거리는 꽤 많이 벌어져있다.
가볍게 재즈를 즐기는 나도 노래를 이해못해서
머리아플 때가 상당히 많다. 그럼 재즈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지금부터 그 답에 대해서 살짝 맛만 보도록하자.
1929년, 미국에는 대공황이 불어닥쳤다.
길거리는 일을 구하고자 하는 실업자들로 북적거렸으며
음악을 들을 여유같은건 찾기 매우 힘들었다.
수요가 박살난 상황에서, 재즈뮤지션들은 아예 음악계를
잠시떠나있거나 유럽으로 향했고 빅 밴드 같은
규모가 큰 밴드에 흡수당하였다. 이 대공황
시기 즈음에는 '스윙재즈'가 등장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는게
당연했다. 시간은 흘러, 1930년대 중반에 이르자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으로 경제는 차츰
회복되어 갔다. 이에 억눌려있던 사람들의 욕구는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여가생활을 보낼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휴식을 위해 댄스홀로 모여들었고
딱 춤추며 듣기 좋은 '스윙재즈'는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그리고 여기에 맞물려 위대한
음악가들이 하나 둘 등장해 재즈는 대중음악으로 우뚝서게 되었다.
Benny Goodman Orchestra - Sing, Sing, Sing
1930년대 말 세계 2차대전으로 인해 유럽은 지옥이였지만
미국사람들, 그 중 중상층류층들은 여흥를 맘껏 즐겼다.
스윙재즈가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는 방송의 발달이 있었다. 방송국에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음악인들을 동원해
다양한 쇼를 기획했는데 빅 밴드가 여기에 제격이였다.
쇼가 흥행하자 클럽은 다시 활기를 띄었고 극장에서는
영화 상영과 함께 스윙 밴드의 연주와 코미디언의
만담까지 들을 수 있었다. 대공황이란 암울한 시기를
보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밝고 희망찬
스윙재즈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밖에 없었다.
The Glenn Miller Orchestra - In the Mood
스윙재즈는 '스윙감'이라 불리는 리듬이
대단한 것이 특징이다. 흑인들의 흔들거리는 듯한
걸음걸이를 흉내내듯이 연주한데서 왔는데
스윙이란 말 그대로 노래가 사람들의 빵댕이를
자연스럽게 흔들도록 유도하였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윙재즈는 빅 밴드로 운용되었기 때문에, 딱딱
맞아 떨어지는 합주가 통상적으로 쓰였으며 재즈의
꽃이라 불리는 즉흥연주의 영역은 일부 솔로주자에 한해서만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편곡에 중점을 두었으며
악보대로, 멜로디에 비중을 많이 두고 연주하였다.
이러한 빅 밴드의 구성원은 대공황으로 인해 해고당한
뮤지션들이 모였기 때문에 인종의 구별이 없었다.
<전쟁으로 인한 세금때문에 문을 닫는 댄스홀은 늘어났고
밴드 리더들은 빅 밴드를 유지하는데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스윙재즈의 인기는 1941년에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이
세계2차대전에 참전하자 나라 전체가 전시 체제로
변했기 때문이다. 한눈팔지 않고 물자와 인력을
끌어모아야 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선 놀자판인
댄스 홀과 클럽은 주요 과세대상이였다. 사람들이
먹고사는 것은 보장했으나 그 외의 사치는 엄격히
다루었으며 이는 스윙 재즈에 큰 타격을 주었다.
대공황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일자리를 잃은 재즈
뮤지션들은 클럽대신 군 부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거기서 위문공연을하면서 전쟁으로 지친
장병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했다.
스윙 재즈가 가진 희망찬 사운드의 힘은 전쟁통에서도
빛을 발했고 전쟁이 끝나자, '다시 한번 스윙의 시대가
오리라' 그렇게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을 때 즈음
재즈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다.

<스윙 재즈를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1940년대 초부터 진행되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스윙재즈는 대중적이고,
힘차고 밝은 메세지가 있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갈수록 매너리즘에 빠져
정형화되가는 추세였다. 잘 팔리는 음악, 대충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음악만 하다보니 재즈 뮤지션들은 여기에
점점 질려갔었다. 또한 빅 밴드의 구성원이 흑인이
백인이 섞여 이루어져있긴 했으나 인종차별은 극심하였다.
스윙재즈의 주된 소비층은 백인 중상류층이였는데,
이들에게 흑인 스윙재즈 뮤지션이란 그저 악기 좀
다룰줄 아는 깜둥이에 불과했고 이런 인식은
좀처럼 바뀔 생각을 하질 않았다. 이에 재즈 뮤지션들은
일이 끝난 후 빅 밴드가 아닌 3~5명으로 뭉쳐
잼 세션(정해진 것 없이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는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스윙재즈에서 극히 제한되었었던 즉흥연주를
중심으로 한 '비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스윙재즈가 가진 매너리즘, 지나친 상업화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비밥은 스윙재즈시대를 컷 해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바로 '모던 재즈'가 그 주인공이다.
모던 재즈의 시대가 열림과 동시에 재즈는
대중의 길이 아닌, 예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Dizzy Gillespie - Be Bop
마치 기계처럼 정해진 규율, 악보에 맞게
딱딱 움직이는 스윙재즈와 달리 비밥은
개인의 개성을 맘껏 뽐낼 수 있도록 권장하였다.
따라서 재즈뮤지션들은 빅 밴드안에서 죽이고 있던
자신만의 개성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었다.
자유로워진 연주자들은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을 위해 즉흥연주를 갈고 닦아 선보였다.
틀에서 벗어난 모난 돌이 하는 특이한 연주는
멜로디가 중심이 아니라 코드가 중심이었다.
자신의 개성을 첨가하여 코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핵심인 것이다. 그렇다고 미친놈마냥 혼자 날뛰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맞게, 다른 연주자들과의 호흡을
중시하면서 연주해야 되었기에 상당히 까다롭고
난이도가 높았다.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이들은 흉내내지 못하는 레벨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비밥연주는 확실히 날것의 매력이 있으면서도
상당히 복잡해서 어딜로 튈지 예측이 힘들었다.
비밥의 또 다른 음악적 특징으로는 워낙
즉흥과 개성을 중시한 음악이기 때문에
연주자들끼리 무슨 맞짱까는 것처럼 노래가
들린다는 것이다. 뮤지션들은 서로 누가 더 짱인지
땀흘리며 경쟁한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에게
'재즈는 엄청 열정적인 음악이구나' 라는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불같이 연주하는 이들을
좋게보는 시선도 많지만 반대로 뭔짓거리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어하는 이들도 많다. 지들끼리만
졸라 신났고 듣는 입장에선 벙찌는 것이다.
모든 비밥이 그런건 아니지만 대게 따라가기도 힘들만큼
템포가 빠른 음악이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Charlie Parker-Donna Lee
비밥은 스윙재즈에서 연주하던 뮤지션들이
재즈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라 아예 새로운
음악이라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너무나 낯선 이유는
더 이상 스윙재즈처럼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곡이 순탄하게 흐르는 법이 없다.
당신을 1930년대에 사는 미국청년이라고
가정해보자. 스윙재즈가 한창 유행하던때에
클럽,댄스 홀에서 신나게 빵디 흔들고 여자꼬시며
놀다가 군대가서도 위문공연 때 박수치며 잘 놀았다.
이후 전역하고 미국에 돌아와 간만에 재즈클럽가서
놀아재낄려는데 이게 웬걸? 사람들이 죄다 앉아서
술 홀짝이며 노래를 감상하고 있다. 먼가 푸다다닥하는게
흥겹긴한데 도저히 춤을 출 수 있는 리듬은 아니다.
스윙재즈에 비하면 알 수 없는 소음에 가깝고
옆자리에 있는 여자도 개빡집중하고 감상하고 있어서
말 걸기도 힘들다. 나도 따라서 집중하자니 머리가
아프다. 내가 알던 재즈는 이게 아닌데...여러모로
당황스러울 것이다.
재즈는 비밥, 모던재즈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어려워졌다.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진 비밥, 즉 모던재즈는 사실
재즈에서 아주 중요한 즉흥연주를 강조하였기에
근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변화에 사람들은
난색을 표했으며 당시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뭐 지금도 마찬가지긴하다. 재즈 특유의 난해함은
이때부터 시작되었고 이걸로 재즈를 접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어려운 음악이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으니.
스윙재즈시대에 재즈를 사랑하던 한 철학자는
모던재즈시대가 오자 '이건 내가 사랑하던 재즈가 아니다'
라며 비호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재즈는 비밥 등장 이후
대중친화적인 음악이 아니라 매니아를 만들어내는
음악으로 변모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대중들을 아예
기만하고 지들끼리만 노는 장르로 바뀐 것은 아니다.
진입장벽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만큼 수준도 높아졌고
차츰 알음알음해가다 보면 스윙재즈보다 몇 배는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현 시점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걸 골라들으면 되는 것이고. 어쨌든, 스윙재즈에서
모던재즈로의 혁명적 전환은 재즈를 진화시켰으며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모던재즈는 더 나은
음악을 위한 뮤지션들의 노력의 결실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시청자입니다.
주펄님의 스캣을 너무 재밌게 보았고 평소에 재즈를 좋아하기도 해서
미약한 지식을 총동원해 간략한 정리글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알못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은 글이지만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방송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건승하십시오. 퐈 이 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