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십니까. 침하하 여러분. 축구보는 뇌절오소리입니다. 카타르 월드컵이 한창인 현재,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월드컵의 이모저모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해요. 오늘은 답답하기만 한 아르헨티나에 관해 가볍게 다뤄봤습니다. 기존 잡담 게시판에 있던 글을 월드컵 게시판으로 옮겼습니다.
지난 22일 전 세계 축구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르헨티나가 '망신'을 당했습니다. 바로 이번 월드컵 최약체 중 한 팀으로 평가받던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충격적인 1-2 패배를 당한 것이지요.
폴란드, 멕시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C조에 묶인 아르헨티나는 당연히 1차전 승리를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전패당하며 변수가 생겼죠.
사실 아르헨티나는 메이저 대회 트로피와는 연이 없습니다. 지난 2021년 열린 CONMEBOL (남미 축구 연맹이라는 뜻)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 우승에 성공하기 전까지 28년 동안 메이저 대회 트로피가 없었종. 1993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는 공-수 밸런스의 문제와 수비 불안, 믿을만한 골키퍼의 부재가 지적돼 왔습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는 달라졌습니다. 중원과 수비에 믿음직한 선수들이 채워졌으며 특히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30, 아스톤 빌라)는 뛰어난 선방으로 아르헨티나를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왔죠.
월드컵 전까지 A매치 3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던 아르헨티나는 전 세계 A 대표팀 중 가장 좋은 페이스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선수단은 '리더'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똘똘뭉쳤구요.
게다가 월드컵 개막 직전인 17일 치른 UAE와 경기에서는 무려 5-0 대승을 거두면서 기세를 한껏 끌어 올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월드컵이 개막하자 실망스러운 경기력만 보이고 있는 아르헨티나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역전패를 당했으며, 2차전 멕시코와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긴 했습니다만, 답답한 경기력을 고치지는 못했죠. 그렇다면 원인이 무엇일까요?
첫 손에 꼽히는 원인은 '불안한 중원'입니다.
월드컵 직전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손흥민 선수와 한때 토트넘에서 발을 맞추기도 했던 지오바니 로 셀소(지금은 비야레알 임대)가 햄스트링 문제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게 된 것이지요.
결국 리오넬 스칼로니 아르헨티나 감독은 로 셀소 대신 귀도 로드리게스를 월드컵에 데려갔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로 셀소의 여러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공 운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로 셀소는 공을 잡고 전진할 수 있는 미드필더입니다. 뛰어난 기동력, 활동량은 덤입니다.
이 선수가 빠지자 함께 중원을 구성했던 로드리고 데 폴(28,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도 문제가 생깁니다.
지난 코파 대회에서 든든하게 중원을 채우면서 핵심으로 거듭났던 데 폴은 우디네세 칼초를 떠나 2021년 7월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로 이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팀에서는 전처럼 좋은 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죠.
데 폴도 드리블 능력이 상당히 좋은 선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장점입니다.
드리블이 가능한 두 선수에게 문제가 생긴 중원은 공격과 수비를 정상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게 됐으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합니다.
문제는 보는 사람만 답답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기장에 있는 공격수들도 함께 답답함을 느끼죠.
이런 상황에서 메시는 최전방에 자리하기보다 중원으로 직접 내려옵니다. 경기를 풀어보려 노력하는 것이죠.
월드컵 전까지 아르헨티나는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먼저 ‘메시 의존도’를 줄입니다. 메시를 중원으로 내리기보다 최전방에 자리하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중원에서 오는 공을 받은 메시는 주로 직접 득점하거나 득점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해요.
월드컵에서는 해왔던 전술이 먹히지 않자 메시는 직접 중원으로 내려와 공을 몰고 올라가거나 패스로 경기를 풀어보려 하죠.

여기 보이는 사진은 멕시코전 메시의 전반전 움직임을 기록한 ‘히트맵’ 입니다. 쉽게 말해 메시가 주로 머물던 지역이죠. 보시는 것처럼 메시는 상대 페널티 박스보다는 센터 서클 근처에서 머물렀습니다.
1987년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에서 태어난 메시는 만으로 35세입니다. 전성기 보여줬던 3~5명을 뚫고 직접 득점하는 진기명기를 매 경기 할 수 없는 몸입니다. 동료들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중원이 꽉 막혀버리자 아무리 메시라도 무언가 혼자서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래도 메시는 메시였습니다. 후반 19분 앙헬 디 마리아의 패스를 받은 뒤 낮게 깔리는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만들어냅니다.
이후에는 멕시코도 골이 필요한 상황인지라 라인을 조금 더 올려 공격적으로 나섭니다. 그러자 아르헨티나도 숨통이 트이죠.

이 사진은 메시의 멕시코전 후반전 히트맵입니다. 전반전보다 박스 근처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 한 눈에 보이시죠? 박스 안에서 움직임을 가져가는 것도 성공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프라인 아래쪽에서도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시는 월드컵을 앞두고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라스트 댄스’ 혹은 ‘라스트 탱고’라고 표현하는 이유죠.
메시는 FC 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에서 지금까지 37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하며 그토록 원했던 대표팀 소속으로 트로피 획득에도 성공했죠.
메시에겐 월드컵 우승컵만 남아 있습니다. 멕시코와 혈투 끝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어낸 아르헨티나는 이제 폴란드전을 준비합니다.
오는 12월 1일 오전 4시 아르헨티나와 폴란드의 맞대결이 펼쳐집니다. 아르헨티나와 메시가 위기를 극복하고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봐용.

[사진]=Getty images
[자료]=Goal.com / 구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