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투수를 아프게 하는가
https://www.espn.com/mlb/story/_/id/43026688/mlb-study-identifies-factors-rise-pitching-injuries
MLB는 지난 1년 동안 투수 부상 증가의 원인을 알기 위해 200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들(전직 선수, 트레이너, 에이전트, 의사, 학자 등등…)을 인터뷰해왔고, 그 연구 결과를 62페이지의 보고서로 얼마 전에 발표했습니다. MLB도 이 결과를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한 첫 단추 정도로 여기고 있어 과신은 금물이고, 전체 연구 페이지를 다 읽은 게 아니라 ESPN의 요약본을 읽은 거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언급된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비시즌 동안에 선수가 무엇을 하는지 추적하지 어렵다는 건 감안해야 하겠지만, 2~3월, 그러니까 스프링캠프 기간 즈음에 부상이 자주 발생하는 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프 시즌 무엇을 추구했길래 이러나…에 대한 가장 유력한 의견은 다음 둘입니다.
-구속 증가 : 현장에서도, 의사들 사이에서도 대충 공유되는 의견인 건 확실해 보입니다. 정형외과 의사의 견해로는 다른 요인도 많겠지만 직구 구속이 증가하는 시기에 부상 발생률도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고, 프로 코치들은 물론 아마추어 코치들도 더 강하게 던지는 것이 부상 위험을 키운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가장 와닿는 결론이기도 합니다.
그럼 ‘살살 던지면 안 되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 하면 아마추어는 프로를 못 가고 프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즉, 부상 위험이라는 대가로 성적을 얻는 일종의 Trade-off로 다들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언급된 프로 코치의 코멘트에 따르면 “The rewards outweigh the risks, particularly in the near-term.”, 즉 특히 단기적으로는 보상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것에 다들 공감하고 있는 듯 합니다.
-스터프 : 의미를 정확하게 반영해서 번역하기가 애매한데, 여기서는 ‘무브먼트, 회전수 등을 포함한 투구의 복합적인 움직임 특성’을 의미합니다. 오프시즌 동안 투수들이 이 스터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오히려 몸에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고, 예시로 지목된 것이 스위퍼입니다. (24시즌 중반기 즈음인가 비슷한 맥락의 보고서가 나왔는데, 그때 부상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게 강속구+스위퍼+하드체인지업(아직도 이게 뭔지 정확하게 모르겠음)이었는데 그 연장선상 같기도 하고요.)
현 시대의 투수들은 강속구를 던져야 타자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는데 그렇게 던지면 몸에 안 좋으니 신출귀몰한 변화구를 던져봐라 라고 하면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아서 그 쪽도 위험, 그렇다고 다 포기하면 밥벌어먹고 살 길이 사라지니 결국 하이리스크-하이리턴 선택지만 남게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외에 언급된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웨이티드 볼 : 일반적인 공보다 살짝 무거운 공을 갖고 하는 훈련으로, 연구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2023년의 메쟈에서도 팀 별로 웨이티드 볼 훈련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팀도, 적극 권장하는 팀도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인 듯 합니다.
-현대적 투수 관리 전략 : 전직 투수가 언급한 의견입니다. 선발 투수라고 해도 한 경기에서 오랜 이닝을 던지지 않게 되리라는 걸 알게 되면 선발도 구원 투수처럼 최대한 강하게 던지면서 타자를 잡는 전략을 짜게 되고, 마이너리그에서 아예 철저한 관리를 받고 온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 연속 투구에 노출되면 몸이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는 맥락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의견 같은데, 세게 못 던지면 타자 이기기 어렵고 - 그러면 선발이라고 해도 세게 던져야 하니 길게 못 던지고 - 부상이 늘고 - 그렇다고 세게 못 던지면 타자 못 이기고… 반복입니다.
-훈련 방식 : 힘과 근력 중심의 훈련 방식은 충분히 강조될 만 하지만, 그 이전에 유산소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선수가 웨이트에만 집중하는 추세를 걱정하는 트레이너의 의견입니다. 심혈관, 지구력 훈련이 경시되는 분위기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걸 극단적으로 해석해 ‘투수는 웨이트 안 해도 된다’, ‘투수는 런닝만 해도 된다’고 해석하면 큰일납니다.
-피치 클락 : 이건 원인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좀 더 많습니다. 1990년대에 비해 현대의 부상이 더 늘었는데 경기 페이스는 (피치 클락 도입 이전까지) 느려지고 있었다는 게 한 예시고, 오히려 경기가 더 늘어지면 투수들이 최대한의 힘으로 던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수술 만능설 : 정형외과 의사의 의견인데, 토미 존에 대한 신뢰가 엄청나서 팔꿈치 찢어지면 고치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의 선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토미 존이 정말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그 중 20%는 끝까지 복귀하지 못했으니 의학의 발달 하나만 믿고 팔꿈치를 다 쏟아내도 된다는 마인드는 금물이라는 의견입니다.

-아마추어 : 구속과 스터프를 쫓는 건 프로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아이들도 더 커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대도 함께 꼭 강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가끔 성장판이 약한 경우에는 인대가 끊어지는 게 아니라 뼈가 부러지는 경우까지 나온다고 합니다. 대학의 경우에는 스포츠 선수의 편입 제도 때문에 단기 성과를 내야 하는 선수들이 나오고, 이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메쟈 트레이너의 말에 따르면 1라운드에서 뽑은 선수가 지난 3년 내내 (아마추어에서) 던졌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중 뭐가 진짜냐고 묻는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답 밖에는 할 수 없겠지만, 전반적으로 부상을 줄이고 싶다면 투수가 매 투구마다 쥐어짜서 던질 필요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훈련 및 활동량을 조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개편하는 논의를 하는 것도 방법일 거라고 보고서는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비전문가라 뭘 알 리가 없으니 딱히 코멘트할 건 없고, 뭘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으니 원문을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