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접근성이냐, 유료중계의 결말은
아무래도 시작부터 돈 내는 걸로 확정이 되는 것 같으니 대충 주절주절
1. ‘보편적 시청권’

수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봐야 하는, 즉 국민적인 관심이 매우 큰 스포츠 경기는 주로 국제 대회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유료로만 중계하겠다 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겠죠. 크보가 그 정도인가 라고 묻는다면 한국시리즈 같은 경우는 TV 시청률 7~8%가 나오긴 하지만, 정규시즌 경기에서도 이 정도가 나올 리는 없으니 애매합니다.
즉, 크보에게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해야 한다’고 한다면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정의, 적용되는 경기에 대한 기준, 크보는 기준을 충족했냐는 질문에 답해야 할텐데 일단 기존에 나와 있는 정의로만 보면 아닌 것에 가까워 보입니다.
다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1/0000804467?sid=105
크보가 중계권 협상을 하면서 ‘보편적 시청권’을 염두해 뒀다는 얘기가 많이 보입니다.(애시당초 법전에서 용어 꺼내와서 ‘이건 여기 쓰면 안 되는 단어야!’ 라고 하는 게 의미 없었다는 뜻이겠죠.) 티빙이 돈을 많이 부른 것도 맞지만, 돈 외의 요소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뉘앙스를 많이 보이기도 했고 무료 요금제 얘기도 조금 나왔지만 결국 5,500원 요금제로 확정이 난 것 같으니 이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의는 용어로 봐도, 실제 협상 결과로 봐도 지켜지지 않은 결과가 나온 듯 합니다. ‘모두가 손쉽게 볼 수 있는 스포츠' vs ‘크보를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겠다’ 중 후자를 택한 느낌이네요.
2. 그럼 크보를 돈 내고 볼 가치가 있는가?
답하는 게 가능한가 싶은 질문입니다. 뭐 야구 깊게 보는 사람이면 돈 내고 볼 거고, 다른 건 모르겠고 내 팀 결과만 힐끔 보기만 하면 그만인 사람이라면 안 볼 겁니다. 대신 심리적인 장벽이 올라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 누가 공짜로 주던 걸 돈 내라 그러면 좋아할까요.
가장 많이 비교될 만한 대상은 아마 쿠팡이 먹은 K리그일 것 같은데,
‘이걸 돈 주고 봐?’ 소리는 이때도 나왔을 겁니다. 물론 K리그는 중계권 가치 문제도 있었고, 무료 중계 때도 유입이 적었을 거면 차라리 유료로 하는 게 낫지 않았나 하는 얘기까지 나온 걸로 기억해서 크보랑 완전히 똑같다고 보기도 어렵긴 합니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382&aid=0001075509
대신 결과는 참고할 만 할 겁니다. 쿠팡플레이는 결론적으로 K리그의 상품성을 꽤 잘 살린 셈이 되었고, ‘이걸 돈 주고 봐?'에 대한 답변을 ‘이러면 보겠지’로 증명한 셈입니다.
물론, 쿠팡플레이는 5천원도 안 되는 금액에 쿠팡와우 + OTT라는 가성비 좋은 서비스이기도 하고, 기존의 스포츠 특화 플랫폼이었던 스포티비가 비싼 가격 대비 영 불안한 중계 퀄리티로 욕을 바가지로 먹어서 반사이익도 많이 봤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겁니다.
티빙은 쿠팡플레이의 강점과 스포티비의 불안 요소를 동시에 안고 있는 듯 합니다. ‘스포츠를 넘어서 다른 컨텐츠도 제공하는’ OTT라 주구장창 스포츠만 트는 여타 채널과는 체급이 다른 대신, ‘이거 중계 퀄리티는 제대로 나올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즉, 티빙이 만약 쿠팡플레이처럼 크보를 상대로 온갖 컨텐츠를 뽑아낼 수 있다면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거고, 스포티비의 중계 퀄리티만 가져와버린다면 최악의 경우 크보를 몇 년 동안 말아먹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3. 외국은 어떤가?
TV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따졌을 때, 메쟈의 경우 MLB.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월 약 4만원 정도에 스트리밍을 제공하는데, 여기서 out-of-market이라고 나와 있듯 만약 내가 보고 싶은 경기가 그 팀 시장 안에 있으면 블랙아웃이 적용되어(구단과 계약을 맺은 지역 내 케이블 방송사에서만 중계) 실시간은 어렵다고 합니다.
덕분에 VPN을 쓰는 방법도 아무렇지 않게 공유가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사무국도 블랙아웃 개같다고 여러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고, 밸리 스포츠 파산 사태가 일을 조금 당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NPB는 가장 찾기 쉬운 퍼시픽 리그만 보면, 월 약 16,000원 정도에 퍼시픽리그 소속 1, 2군 경기 + 한신&요미우리와의 교류전을 볼 수 있습니다. 대신 이 서비스에서 일본시리즈는 제외됩니다.
물론 ‘다른 나라가 스트리밍을 유료로 한다고 우리나라도 해야 된다’는 주장은 힘이 없습니다. 대신, ‘크보 그거 대기업 회장님들 펫스포츠 아니냐'라는 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한번 해볼 만한 논의긴 합니다.
보통 프로 스포츠 구단은 크게 두 가지의 수입 경로를 갖습니다. 입장권 수입 / 중계권 수입이고, 여기에 개별적인 광고도 붙고 크보의 경우 모기업 지원금이 조금 더 붙습니다. 어지간한 구단들은 저 모기업 지원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그 결과가 펫 스포츠 얘기입니다. (싫다면 키움처럼 완전 선수 키우면 내보내고 가끔 지르는 비즈니스 식으로 가거나)
크보는 지금을 선택의 시기라고 보는 모양입니다. 재벌님들 없으면 돌아가지도 않는 리그에서 ‘프로야구 자생’이라는, 야구팬들이 생각은 해왔지만 ‘그게 되겠냐’, 심하면 ‘그럴 필요가 있냐’고 했던 주제를 밀어붙였고 그 시작점이 크보의 유료 중계로 가는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얻은 수익이 궁극적으로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거나, 쿠팡플레이처럼 야구를 다루는 양질의 콘텐츠 및 중계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2차 창작이 가능하게 영상을 풀어주는 것도 개인 크리에이터의 시대에 적합한 조건이니 여러모로 티빙이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을 겁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대상이 워낙 팬덤이 큰 크보다 보니 굉장한 하이 리스크를 진 선택으로도 보여집니다. 어찌어찌 팬들을 유료 서비스로 끌고는 갔는데 퀄리티가 야구 팬들의 눈높이에 영 맞지 않는다? 총재님 입지가 참 말이 아니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