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에게 매우 유리한 한국시리즈
한국시리즈를 대비하는 팀들의 자세는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팀들은 다른 팀들에 비해 2주 정도 체력을 안배할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상당한 고지를 점합니다. 물론, 그 2주를 날로 먹으면서 경기 감각을 다 깎아먹을 수는 없으니 보통 자체 청백전이나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합니다.
이 ‘휴식’과 ‘경기 감각’을 어떻게 배합할 것이냐가 보통 문제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건 2021년(kt 우승)인데,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준플옵, 플옵이 모두 축소되어 운영된 관계로 여타 시즌에 비해 1위 팀이 갖는 휴식일의 어드밴티지가 소폭 삭감된 상태였습니다. 거기다, 경기 감각 유지 차 예정했었던 타팀과의 연습 경기 역시 다양한 사정이 겹치면서 kt는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는데, kt가 이때 선택한 방책은 ‘아예 쉬어버리자’였습니다. 박승민 투수코치의 말을 들어보면 애초에 이게 본인 스타일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부임하고 kt 투수들에게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일정을 전해줬더니 선수들의 반응은 다들 ‘이걸로 돼요…?’였다고…)
이렇게 쉬엄쉬엄하다가 경기감 바짝 오른 2위한테 업셋당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당연히 나왔겠지만, 2021년 한국시리즈의 결과는 kt의 4승 0패, 투수진은 4경기 동안 딱 8실점만 허용하면서 단 한 차례도 리드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올해의 LG는 (전례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한국시리즈 연습경기에서 관중을 동원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나 했는데, 이게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지는 이제 곧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휴식과 경기 감각의 배합이고 뭐고 크보의 포스트시즌은 정규 시즌 1위가 대단히 유리한 구조입니다.
단일리그가 시행된 1989년을 시작으로, 중간 양대리그였던 1999년과 2000년을 제외한 한국시리즈에서 정규 시즌 1위 팀의 승률은,
* 1989~2022 (1999, 2000 제외) 정규 시즌 1위 팀의 한국시리즈 승률
-257전 115승 5무 57패
-승률 0.669
이게 어느 정도냐면, 정규 시즌 1위 팀이 0.669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걸 찾으려면 2000년 현대 유니콘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0.695) 정규 시즌에서 16전 10승 6패를 하면 승률 0.625가 나오는데 그것 이상을 기록한 셈입니다. 올 시즌 LG는 kt를 상대로 정확하게 10승 6패를 기록했습니다.
1989년 이후 (99, 00 제외) 32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업셋은 단 5차례(89, 91, 01, 15, 18) 일어났습니다. kt 입장에서는 15.6%의 확률을 뚫어야 하는 셈입니다.
뭐 확률이야 어쨌든 ‘나한테 터지면 100% 아니냐’가 맞는 말이기도 하고,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것이 더 재밌는 법이다만은 LG는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서 게임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신이 지금 크게 리드하고 있는 것 같은데, 텍사스-한신-LG까지 한풀이의 해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