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공 띄우는 포수', NC 김형준의 가치

어제 멀티홈런을 기록하면서 역대 와일드카드전 최연소 홈런 기록을 세운 NC의 포수 김형준, 이 선수는 우리나라 포수 중 꽤 유니크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 팬그래프의 좋은 점은 크보 선수들에게도 직선타 비율, 하드힛 비율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wRC+만 스탯티즈 기준이고 나머지는 팬그래프 기준입니다.
올 시즌, 크보에서 80타석 이상 들어선 포수 중 뜬공 비율 1위인 선수는 NC 김형준입니다. 52.5%로, 한 팀의 ‘주전’급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두산 양의지(45.3%), 장성우(41.7%), 김민식(40.6%) 등등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그렇다고 이 선수가 맥아리없는 뜬공만 치냐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82타석으로 표본이 많이 적긴 하지만 하드히트 비율은 30.6%(팬그래프 기준이라 타구 속도 95마일 이상), 올 시즌 80타석 이상 들어선 크보 포수 중 3위에 해당됩니다.
* 80타석 이상 크보 포수 하드히트 비율
-1위 양의지 31.3%
-2위 한준수 31.1% (이분은 강한 땅볼을 치는 듯)
-3위 김형준 30.6%
-4위 유강남 26.9%
-5위 장성우 26%
올 시즌 김형준의 wRC+는 123.1입니다. 물론 타석이 82타석에 불과해서 이 생산성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시즌을 치를수록 하드히트 비율이나 전반적인 생산성은 하락할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저 뜬공 성향만큼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자의 타구 성향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니까요.
참고로 김형준의 저 뜬공 성향은 포수가 아니라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8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10위에 해당됩니다. (FO/GO 1.82, 리그 1위 오재일이 2.53) 힘이 좋은데 뜬공까지 친다? ‘거포 포수’로서의 가능성이 열린 셈입니다.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뛴 김형준의 올 시즌 성적은 82타석 .236/.321/.514입니다. 표본은 작지만 장타율은 분명히 인상적입니다. 물론, 저 타율에서 대충 감이 오셨듯 김형준이 완성형 포수 거포는 아닙니다.
김형준의 올 시즌 컨택%는 66.2%, 이는 8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7위에 해당됩니다. 리그 평균이 79.6%, 그렇게 욕을 먹은 오그레디가 올 시즌 86타석에 62.8% 찍었으니 확실히 컨택에서는 완성된 상태가 아닙니다. 물론, 하드히트 심심치 않게 만들어내는 뜬공 타자가 컨택이 된다? 이러면 과장 좀 보태서 ‘양의지 저리 가라’입니다. 아직까지 그 경지에 오르기엔 갈 길이 멀겠죠. (김형준 볼넷%은 딱 리그 평균 수준)
김형준이 원래 이런 성향은 아니었습니다. 군대+부상 이전을 돌이켜 보면,
* 20 김형준 82타석 땅볼 53.7% / 뜬공 35.0%
* 23 김형준 82타석 땅볼 35.0% / 뜬공 52.5%
정확하게 뒤바뀌었습니다. (공교롭게도 2020년에도 82타석을 먹었네요. 심지어 OPS도 둘 다 0.835로 동일합니다.) 2020년에도 하드히트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BABIP만 혼자 0.396으로 톡 튄 걸 보면 힘 + 행운으로 타율 3할을 먹었을 가능성이 더 높아보입니다. 군대+부상 뒤로는 퍼올리는 ‘거포’ 유형으로 바뀐 셈일 거고요.
김형준의 이런 성향은 NC 타선에 다양성을 추가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아섭-박민우-박건우 라인을 구축한 NC는 리그에서 낮은 각도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상당히 많이 만들어내는 팀이 되었습니다. 박건우, 마틴, 권희동이 그래도 뜬공을 좀 쳐주긴 하지만, 가장 먼저 상대 투수를 만나는 손아섭-박민우는 거의 철저하게 낮은 각도를 유지하는 편입니다. (손아섭 FO/GO 0.64, 박민우 0.79)
즉, 전반적으로 퍼올리기보다는 낮은 각도의 강한 타구 만들어내는 것에 더 특화된 타자들 사이에 낮게 던지면 이악물고 퍼올리는 타자가 한 명 섞여 있다? 이는 타선의 구성 측면에서도 훨씬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저 낮은 컨택을 비롯한 능력치를 전반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전제가 깔려있긴 하지만…
사실 NC 입장에서 김형준의 성장을 바래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

크보는 포수를 참 못 키우는 리그입니다. 맨날 양의지, 강민호가 다 해먹냐 하지만 그 선수들이 고평가받고 중용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사이를 메꿀 젊은 포수가 마땅히 없었습니다.
10구단 체제로 바뀐 뒤의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포수’들은 사진과 같습니다. (강백호는 투수/포수로 지명되었다가 포변이니 일단 넣음) 저 중 아직 현역 ‘포수’로 뛰는 선수도 있고, 투수나 내야수로 전향해 뛰는 선수도 있고, 소리소문없이 정리된 선수도 있습니다. 이 많은 선수들 중 가장 1군에서 많은 타석을 먹은 선수는, (강백호는 제외하고)
-1위 안중열 792
-2위 정보근 534
-3위 주효상 441
-4위 나종덕 416 (롯데가 3명을 해먹었습니다)
-5위 김형준 372
-6위 박대온 344
이렇게 나옵니다. 물론 올 시즌 정보근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내긴 했지만, 저 명단 중 한 팀의 ‘주전 포수’라고 불릴 만한 선수가 있나요? 이번 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들어간 포수가 동나잇대에서는 최고인 김형준, 그리고 아예 신인인 키움 김동헌이었다는 걸 고려해보면 한동안 크보는 좋은 포수를 좀처럼 발굴해내지 못했습니다.
포수 FA 광풍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셈입니다.
-양의지 4+2년 152억
-유강남 4년 80억
-박동원 4년 65억
-박세혁 4년 46억 (이건 미스터리긴 한데)
-최재훈 5년 54억 (1년 전이지만)
이들이 비싼 몸값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체 자원을 실제로 길러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뒤집으면, 현행 크보에서 젊은 포수를 하나라도 발굴하는 팀이 나온다? FA로 비싸게 돈 줄 필요 없다는 큰 메리트가 생기는, 즉 결정적인 우위 하나를 챙기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키움의 김동헌이나(얘는 면제도 받았고) SSG의 조형우, 넓게 보면 LG 김범석(1루 갈 것 같긴 하지만)도 팀 입장에선 큰 기대를 걸어야 하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NC의 김형준은,
-표본은 작지만, ‘공 쪼개는’ 능력과 ‘공 띄우는’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을 가능성 높음
-다만 아직 컨택도 그렇고 부족한 점도 많은 편임
-현재 크보는 포수를 못 키워왔던 리그. 영건 하나 잘 물면 잭팟으로 보답할 가능성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