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건만 간단히, 움짤은 한 번 더 생각
금병영에 상의하세요
야생의 이벤트가 열렸다
즐겨찾기
최근방문

소수: 수학자들이 사랑한 수 (2)

정수론민수
01.24
·
조회 3165

소수, 바탕이 되는 수

 

어쩌면 가장 거대한 소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잠시 미뤄두고, 소수라는 말의 어원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편에서 언급했듯, 소수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그들은 소수를 πρῶτος(protos)라고 불렀다. 이는 '첫째, 최초의'라는 뜻으로, 이후 같은 의미의 라틴어 primus로 번역되었고, 오늘날 영어 단어 prime이 되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소수라는 표현을 쓰는데, 흴 소(素) 자는 본디 바탕을 의미한다. 일본 측 사료에 따르면, 1881년에 prime number를 '소수'로 번역했으며, 한국도 이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각주 [1] 참고) 중국에서는 바탕 질(質) 자를 써서 질수(質數, zhìshù)라 부르고, 북한에서는 씨수라고 부른다. 이처럼 소수를 부르는 다양한 이름들이 있지만, 그 이름들의 공통점은 소수가 바탕이 되는 수라는 점이다. 소수는 무엇의 바탕인 것일까?

 

사물의 개수를 셀 때 우리는 1, 2, 3, 4,... 등의 수를 사용한다. 이들을 자연수(Natural number)라고 부른다. (각주 [2] 참고.) 앞서 언급했듯, 자연수는 1, 소수, 합성수로 분류된다. 합성수는 정의에 따라 1과 자기 자신 외에도 다른 약수를 가진 수이기에, 소수들의 곱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예컨대 15는 3×5로, 100은 2×2×5×5로 말이다. 이처럼 주어진 자연수를 소수들의 곱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소인수분해(Prime Factorization)라 부른다.

 

1을 제외한 모든 자연수는 소인수분해가 가능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소인수분해 방법은 유일하다는 점이다. 15를 갖고 제아무리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분해한다 한들 3×5로밖에 분해가 불가능하다. 너무나도 당연해 익숙한 사실이지만, 이 익숙함을 두고 고심해 보면 경이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소수가 뭐길래 모든 자연수를 유일한 방법으로 나눈단 말인가? 이 경이로운 사실에 수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멋진 이름을 붙여줬다.

 

산술의 기본정리(Fundamental Theorem of Arithmetic) (각주 [3] 참고)
1보다 큰 모든 자연수는 유일한 방법으로 소인수분해 가능하다.

 

만약 소수에게 prime number가 아니라 다른 이름을 붙여줬다면 어떤 이름이 가장 적합했을까? 필자는 atomos number라는 이름을 제안해보고 싶다. 원자를 뜻하는 영단어 atom은 그리스어 ἄτομος(atomos)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부정을 뜻하는 접두사 ἄ-(a)와 끊다, 자르다, 나누다를 뜻하는 단어 τέμνω(temno)의 어근을 가져왔다. 즉 "나눌 수 없는" 혹은 "쪼개어질 수 없는"이라는 의미이며, 이는 소수의 뜻과도 부합한다. 물론 오늘날 우리는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나뉘어질 수 없는'이라는 본래 의미에 비추어볼 때 소수를 수의 원자로 비유하는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원자가 물질세계의 기본 입자이듯, 소수는 수의 기본 입자다. 원자가설이 모든 만물이 원자의 조합이라 주장하듯, 산술의 기본정리는 모든 자연수가 소수의 조합임을 천명한다. 수많은 수의 성질과 비밀들이 소수로 환원되기에, 소수에 관한 이해는 결국 수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 더욱이 수학적 세계가 물리적 세계보다 탁월한 점은 소수의 결합이 원자의 결합보다 훨씬 더 간단하다는 데 있다. 금속결합, 이온결합, 공유결합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해 물질을 이루는 원자와 달리, 소수는 곱셈이라는 단 하나의 방법만 사용한다. 또한 화학에서는 같은 원자들을 갖고 있더라도 그 조합과 배열에 따라 다른 물질을 만들어내지만, (각주 [4] 참고) 소수는 그렇지 않다. 3 곱하기 5나 5 곱하기 3은 둘 다 15라는 수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1을 소수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만약 1을 소수로 취급한다면, 자연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방법은 다양해진다. 예컨대 6은 2×3, 혹은 1×2×3, 또는 1×1×2×3으로 분해가 가능해진다.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뉘는 수'라는 소수의 정의에 따라 1을 소수로 간주하면,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산술의 기본정리'는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즉 1을 소수에서 제외하는 것은 '산술의 기본정리'라는 아름다운 정리를 보존하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다. 이 선택이 어찌나 설득력이 있었는지, '0은 자연수인가?'와 같은 질문에는 여전히 수학계가 나뉘어있지만 '1은 소수가 아니다'라는 점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합의한다.

 


[1] 한국은 소수(小數)와 소수(素數)가 공교롭게도 발음이 같아, 전자를 소수로, 후자를 소쑤로 발음해 둘을 구분한다. 반면 일본은 전자는 (しょうすう; shōsū) 후자는 (そすう; sosū)로 발음이 달라 둘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한다.

[2] 0을 자연수로 보느냐 보지 않느냐는 수학계의 오래된 논쟁이다. 일반적으로 대륙 유럽은 0을 자연수로 인정하고, 러시아 및 영미권은 0을 자연수로 인정하지 않는다. 필자의 지도 교수와 부인 분은 두 분 다 정수론 교수님이신데, 미국에서 나고 자란 지도교수는 0을 자연수로 취급하지 않으셨던 반면, 루마니아 출신의 부인은 0을 자연수로 취급하시곤 하셨다.

[3] 수학에서는 각 분야별로 중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정리에 기본정리(Fundamental Theorem)라는 이름을 붙이는 관례가 있다. 산술의 기본정리 외에도 미적분학의 기본정리, 선형대수의 기본정리, 갈루아 이론의 기본정리 등 다양한 기본정리가 존재한다.  

[4] 분자식은 같지만 배열이 달라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다른 물질을 이성질체(isomer)라고 부른다.

 

 

 

박사도 마쳤으니 슬슬 수학 커뮤니케이션을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 올리다가, 침하하에도 과학/수학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올렸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본업인 연구와 수업도 병행하며 궤도님과 생선님처럼 많은 사람들께 수학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알리는 학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댓글
침하하요정
01.24
BEST
소수를 세자…
SATELLITE
01.24
대박짱멋짐! 랩미팅에 나와주세요
칵스한사발
01.24
서망고
01.24
소쑤소쑤리사쑤
서영석
01.24
아드리안마르티네즈
01.24
ㄹㅇㅋㅋ
회원님
01.24
수학좋아,,!수학민수 원해요우~~
힙합소울침착맨
01.24
소수 넘 재밌어요우
경양식돈까스
01.24
중학 수학 예비 과정 공부 중인데 딱 소인수 분해 파트임
(첫 단원ㅋㅋㅋㅋ)
그불스튜디오
01.24
초대석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땡큐
이지금은동
01.24
쌍둥이 소수도 알려주세요!
정수론민수 글쓴이
01.25
물론 소개해드립죠 낄낄낄
침하하요정
01.24
BEST
소수를 세자…
침착맨이오
01.24
리싸수! 아름다울미
왕벌의주행
01.24
어쩌면 가장 거대한 소수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 문장이 너무 야함
정수론민수 글쓴이
01.25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은 야해 보이는 법이다... 메모...
뚜자서
01.24
0이 자연수인지 여부를 두고 유럽 학계랑 영미 학계 간에 입장이 갈린다는 게 정말 충격이네요. 학교 교육과정상으론 이론의 여지가 없는 정수로 배우는데다가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 기본적인 얘기에 이견이 있겠어?' 하는 심리 때문에 의구심조차 갖지 못했어요.
세계는 넓고, 무엇이든 함부로 판단하며 마음을 닫아서는 안 된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정수론민수 글쓴이
01.25
자연수를 '존재하는 사물의 개수를 세는 수'로 정의할 것인지 '집합의 크기'로 정의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전자의 정의에 따르면 0은 '존재하지 않음'이니까 자연수가 아니지요. 하지만 공집합 (비어있는 집합)은 잘 정의된 집합이므로, 후자의 정의에 따르면 0은 자연수가 됩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고, 또 불편한 점도 있어서 하나의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ㅎㅎㅎ 0을 자연수로 취급하면 혹은 취급하지 않으면 나타나는 정말 아름답고 깔끔한 정리라도 있으면 모두가 동의했겠지만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주림
01.24
정수론추
p=xx+yy라는 초등학생에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Z[i]의 소수를 쓰면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것도 언젠가 나오면 좋겠다는 정수론 아마추어 학도의 욕심도 드네요~
정수론민수 글쓴이
01.25
오 생각치 못한 좋은 주제네요. Ring of integers의 확장이나, 유일 소인수분해성을 잃게되는 현상들에 대해서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개해드릴게요!
안먹고말어
01.24
넘재밌어요
거지들피버타임
01.24
아니 진짜 너무 재밌어요...
어이! 소수민수! 다음 편도 부탁해~~~~(요)
꼬북칩쵸코츄러스맛
01.24
어라 왜 수학이 재밌지?
안산시주민
01.25
헤헤 수론 재밌어 대수조아
ㅅH우튀김
01.25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제 지적 허영심을 가득 채워주세요

📱IT&과학 전체글

2025 기상기후 사진·영상 공모전 수상작 23
과학
서망고
·
조회수 3687
·
03.20
현재글 소수: 수학자들이 사랑한 수 (2) 24
과학
정수론민수
·
조회수 3165
·
01.24
소수: 수학자들이 사랑한 수 (1) 26
과학
정수론민수
·
조회수 3115
·
01.22
저가요. 아이맥 처음으로 샀거들랑요. 40
컴퓨터
cruz
·
조회수 5225
·
01.20
수학박사 침착맨 감사 58
과학
우주림
·
조회수 6686
·
01.15
2025의 수학적 고찰 11
과학
서망고
·
조회수 4007
·
01.01
안될과학 두번째 출연 후기 - 원피스의 과학 26
과학
서망고
·
조회수 5289
·
24.11.14
스페이스X ‘스타십’ 착륙 신기술 첫 성공이라네요! 10
컴퓨터
qwertyuio
·
조회수 3659
·
24.10.13
궤도님이 말하는 고모보다 이모가 좋은 이유(?) 22
과학
수노이
·
조회수 8077
·
24.10.10
궤도님 장동선님 유튜브 출연하셨어요 ! 5
과학
우주조아행성조아
·
조회수 3680
·
24.10.08
궤도: 수박게임은 과학이다:) 21
과학
리리카
·
조회수 6917
·
24.09.30
라이브 20분만에 좋아요 1만찍은 궤도 19
과학
qwertyuio
·
조회수 7097
·
24.09.27
게재 승인되었어요 😀 47
과학
침착한실험맨
·
조회수 6965
·
24.09.13
기상청 : 4계절 봄여어어어어어름갈겨울로 재조정 예정 30
과학
치마하하
·
조회수 8572
·
24.09.12
침하하 글 쓸 때 라이트/다크 모드에 따라 변하는 색 쓰는 방법 16
기타
네이버탈퇴해버려서다시가입
·
조회수 4478
·
24.09.07
뜬금없는 나미춘 샤라웃 14
컴퓨터
정어리어카센터미널
·
조회수 8750
·
24.08.24
영화 트위스터스의 과학 이야기 (영화 이야기도 있음) 11
과학
서망고
·
조회수 1721
·
24.08.16
제임스 웹, 130억년 원시은하 발견 4
과학
침투부고고학
·
조회수 1283
·
24.07.09
[후기] 궤도님 회사 특강 2
컴퓨터
슈뢰딩거의고양시
·
조회수 1317
·
24.06.27
수학자들의 광기, 함수를 0.5번 미분할 수도 있다?! 13
과학
정수론민수
·
조회수 1677
·
24.06.25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