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위스터스의 과학 이야기 (영화 이야기도 있음)
영화 트위스터스가 드디어 한국에서 개봉을 했네요.
저는 미국에서 2주 전에 봤었는데 기상학자로서 너무 즐길거리가 많은 영화였습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간만에 등장한 아주 정석적인 재난영화이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 같았습니다.
보통 자연재해를 다룬 재난영화가 그러하듯 트위스터스 역시 사전정보 없이 그냥 쭉 따라가도
토네이도를 구현한 특수효과, 압도적인 음향, 4dx 라면 엄청난 비바람을 간접 체험할 수 있어 무난하게 즐기실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다루는 자연현상, 그것에 대처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과학 지식이나 용어 같은 부분, 전작 팬으로서 발견한 알고 보면 좋을 듯한 전작의 오마쥬나 영화 내의 상징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재난 영화라 별 내용이 없지만 스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절취선과 함께 후반부에 몰아 두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등장하는 내용은 예고편에서 다루는 내용을 기준으로 합니다.
(+애플티비에 공개가 되어 다시 보며 일부 수정중입니다. 이 문장처럼 괄호 안에 + 표시로 추가하겠습니다)
1. 토네이도의 생성과 발달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타일러는 유우명한 스톰 체이서로 등장합니다 (극 중 100만 구독자 유튜버).

스톰 체이서는 과학적 데이터 혹은 도파민 수집을 목적으로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집단으로
토네이도가 발생하기 쉬운 시기, 장소에 대기하고 있다가 크게 발달할 수 있는 폭풍을 그들이 지닌 장비를 활용하여 추적하게 됩니다.
극중 초반에 타일러는 토네이도 추적 전 토네이도 발생 조건 3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 다시 보니 타일러가 아니었음…),
바람시어(wind shear), 습기(moisture), 대기불안정(instability) 입니다.
여기에서 영화의 배경을 짚고가야 하는데, 이 영화는 미국 오클라호마 주를 무대로 합니다.
오클라호마 주는 미 중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쪽에는 로키산맥, 남동쪽에는 걸프만이 위치하고, 미국 대평원에 속해 대부분이 농경지입니다.

체이서들은 주로 봄철 4-6월에 활동을 하게 되는데, 오클라호마를 포함, 북쪽의 캔자스, 남쪽의 텍사스 주변에는
상층에는 북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
중층에는 남서쪽 멕시코 사막에서 불어오는 덥고 건조한 공기
+ (중/하층) 서쪽에서 록키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푄 현상 (높새바람) 에 의해 건조해진 마찬가지로 덥고 건조한 공기,
하층에는 남동쪽 걸프만에서 불어오는 덥고 습한 공기의 영향을 받습니다.
대기 역시 물과 같이 유체이므로, 뜨신물에 찬 물을 부으면 가라앉듯,
냄비에 물을 끓이면 물이 팔팔 끓듯 가벼운 공기가 하층에, 무거운 공기가 상층에 존재하면 대기가 뒤집어지기 쉬운 상태가 되며
(참고로 습한 공기는 건조한 공기보다 가볍습니다) 이를 대기불안정이라고 합니다. 타일러가 말한 3요소중 하나가 되겠네요.

이것이 바로 음양수의 원리
때문에 캔자스, 오클라호마, 텍사스를 포함한 지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토네이도가 많이 발생하며
이 영역을 토네이도 앨리(tornado alley)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중 중앙에 위치한 오클라호마는 가장 토네이도가 많이 발생하여 체이서들의 주요 거점이 되기도 하죠.
이 영화를 만드신 정이삭 감독님은 콜로라도 덴버 출신이시지만
어린 시절 오클라호마주의 알칸소로 이사를 가신 뒤 실제 토네이도를 만난 경험이 있으며,
타일러를 연기한 클렌 파월 역시 텍사스 출신으로 어린 시절 토네이도를 본 적이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경험이 영화 연출 및 출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네요.

캔자스 주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토네이도에 의해 집 채로 사출되어 오즈의 나라로 이동한 배경이 되기도 했으며,
오즈의 마법사는 전작+본작에 많은 상징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뒤에 추가 언급).
아무튼 대기불안정한 환경에 놓인 오클라호마 주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는 폭풍(storm)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정답은 몰?루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에 소나기 예보가 자꾸 틀리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은 사실 소나기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은 알 수 있지만, 어디에 소나기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물을 채운 냄비를 불 위에 올리면 암튼 물이 끓을 것이다 라고 말하는게 소나기 예보라면,
소나기가 언제 어디에 생기는지를 아는 것은 냄비의 어디에서 언제 첫 물방울이 올라올 것인가를 아는 문제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을 빗대어 토네이도를 찾는 것은 반은 과학이고 반은 종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실제 체이서도 그렇고, 이 영화에서도 어디에서 큰 폭풍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차량에 기상장비를 달고 다니며,
간이 레이더를 가진 채 주변의 비구름을 스캔하기도 하며,
아마추어 체이서들은 영화에서 표현하길 10$짜리 날씨 어플을 가지고 폭풍을 쫓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전기를 통해 토네이도가 발생할 것 같은 폭풍의 위치를 서로 공유하며 체이싱을 하게 되죠.

영화에서는 실제로 많은 체이서가 나오는데 그 중 일부는 실제 체이서라고 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 달린 차는 실제 체이싱에 쓰이는 차가 되겠죠.
다만 일단 큰 구름이 몇 개 발생하게 되면 어떤 구름이 큰 폭풍으로 발달하게 될지는 경험과 지식으로 알 수 있는 모양입니다.
여기에서 3요소 중 나머지인 습기와, 바람시어가 등장하게 되죠.
습기는 말 그대로 공기가 머금은 물입니다. 걸프만에서 들어온 기체상태의 물, 수증기는 토네이도 앨리의 하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불안정한 대기하에서 물이 끓듯 어떤 공기 덩어리가 상승하게 되면 공기가 팽창하고, 온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어떤 공기가 최대로 가질 수 있는 수증기량은 온도에 따라 다른데, 더운 공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상승한 공기덩이는 온도가 떨어지며 자기가 가진 수증기를 내놓게 되는데, 이때 수증기는 응결하여 구름방울(작은 물방울)이 됩니다.
그런데 발발발발 신나게 돌아다니던 기체상태의 수증기를 액체인 물방울로 만들어 버리면 시무룩해진 수증기는
원래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열로 방출해버립니다 (잠열이라고 부릅니다).
안 그래도 상승중인 공기덩이에 열을 공급해 버리니 에너지를 받은 공기덩이는 더욱 더욱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승은 더이상 열을 공급해줄 수증기가 바닥나거나, 상승하다가 안정한 층을 만나게 되면 멈추게 됩니다.
이렇게 습기는 불안정한 대기에서 상승한 구름을 토네이도가 생성될 수 있는 강한 폭풍으로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연료'역할을 하며
때문에 3요소 중 하나로 언급이 됩니다.

영화에서는 동시에 두 개의 토네이도가 생기게 되는데 이때 체이서 팀들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자의 최애 토네이도를 향해 추적하는 내용이 나오게 됩니다.
(+이 때 두 소용돌이는 서로 영향을 주는데 이를 후지와라 효과라고 부르며,
보통은 여러개의 태풍이 근처에 있을 때 서로의 진로나 세력에 영향을 주는 경우 사용합니다.)
이 때 바람의 방향을 통해 어떤 토네이도가 크게 성장할지 추정하는 장면이 나오며
실제로 남쪽에서 불어오는 (아마도 걸프만에서 불어왔을) 바람의 수혜를 받는 녀석이 크게 성장하게 됩니다.
(+다시 보니 두 토네이도가 만들어내는 바람의 세기를 비교하여 추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크게 발달한 구름이 성장을 멈추게 만드는 안정한 층에는 대표적으로 성층권이 있습니다.
우리가 여름철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구름인 적란운은 꼭데기에 모자같은 것을 쓰고 있는데 (‘모루구름’이라고 부릅니다),
이 모루구름은 구름이 발달하다 성층권을 만나서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하니 옆으로 퍼져서 생긴 녀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머리에 모루구름을 쓴 적란운 (적재운 아님)
그런데 성층권만큼 높은 고도가 아니라도 그냥 중간에 안정한 층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름이 수증기를 먹고 신나게 발달하다가 이런 녀석을 만나면 크게 발달되기 힘들겠죠.
보통 기상현상이 생길 수 있는 대류권에 나타난 안정한 층을 ‘역전층 (inversion)’이라고 부르는데
원래 햇빛을 받고 사는 땅바닥 근처가 뜨겁고 상층으로 갈 수록 추워지는게 순리인것을 그것을 거스르다니!! 라는 느낌으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아무튼 대기 중간에 존재해 구름이 더 발달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역전층을 덮개 역전층 (capping inversion)이라고 부르는데
영화에서 체이서들끼리 토네이도가 생길 구름? 내가내가 잘 맞혀! 경쟁을 할 때 토네이도로 발달되지 못한 구름은
이 덮개 역전층 때문에 발달되지 못했다라는 언급을 합니다.
(+ cap CAPE 둘 다 들은 것 같았는데 CAPE는 잘 못 들은 것 같아 제외 했었는데 나오네요…
Convective Available Potential Energy (대류 가용 잠재에너지)의 약자로 구름이 발달 했을 때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잠재력을 알 수 있는 척도입니다)
이제 3요소 중에 마지막 요소, 바람시어입니다. 아니 시어가 뭔데 씹떡아!! 라고 생각 하시겠지만
쉽게 말하면 상층과 하층의 풍향, 풍속이 다를 때, 아- 시어가 있구나 라고 말합니다.
(+영화에서는 민들레 씨앗을 날려 지상 근처의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을 비교하여 시어 유무를 추정합니다)
이 바람시어가 왜 중요하냐면, 이 녀석이 폭풍에 나선력을 주입하는 녀석이기 때문입니다.

바람 시어로 생기는 대표적 기상현상인 Kelvin-Helmholtz billow
상층과 하층의 풍향 풍속이 다르게 되면, 특히 상층의 풍속이 더 빠르면, 대기에는 회전 요소가 생기게 됩니다.
손으로 누운 연필을 밀면 데굴데굴 굴러가듯이, 멍석말이를 할 때 녀석의 윗 부분을 밀어 대듯이 말이죠.
이렇듯 풍향이 꽤나 일정한데 상하층의 풍속차이가 큰 시어가 존재하면 수평으로 누워있는 회전하는 롤 같은 게 잔뜩 생기게 됩니다.
이제 모든 재료가 모였네요.
바람 시어에 의해 생긴 수평 롤은 불안정한 대기에서 수증기를 먹고 강하게 발달한 폭풍의 상승기류에 의해 휘고, 기울어지고, 일어섭니다.
이것이 강한 폭풍에 회전력을 제공하게 되고 토네이도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토네이도가 생성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는데, 토네이도 제네시스 (tornado genesis)라고 합니다.
이 용어 또한 영화에서 언급됩니다.
생성된 토네이도는 그 강함에 따라 등급이 나뉘게 됩니다. 말 그래도 재해레벨이죠.
하지만 랑급 호급 귀급 용급 이렇게 나뉘지는 않고, 개량 후지타 등급 (Ehanced Fujita Scale)으로 나뉘게 됩니다.
가장 약한 녀석이 EF-0, 가장 강한 녀석이 EF-5 인데 풍속과 토네이도에 의해 입은 피해 정도에 따라 나뉘게 됩니다.
실제로 등급을 나눌 때 더 중허게 여기는 것은 피해 정도이며 이는 예고편에 언급되기도 합니다.

개량(Enhanced)이 붙었다는 이야기는 예전에는 그냥 후지타 등급이 쓰였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실제로 EF 등급은 2007년부터 적용되었기 때문에 96년작인 전작 트위스터에서는 가장 강한 토네이도로 F-5급 토네이도가 등장한 바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는 엘 레노 (El Reno)라는 지역이 등장하며 이곳이 이번 영화의 최종보스격인 EF-5급 토네이도를 만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는 2013년 실제 존재하는 엘 레노라는 도시 주변에서 일어난 EF-3급 토네이도, 엘 레노 토네이도 (El Reno tornado)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며
이 토네이도는 3명의 스톰 체이서의 사망을 야기한 토네이도이기도 합니다.
2. 전작과의 관련성
전작 트위스터는 1996년 작으로 기상학자인 주인공 ‘조'가 토네이도의 구조를 완벽히 이해해 토네이도 예측 능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으로 개발한 ‘도로시'라는 장비를 활용하여 토네이도 관측을 성공시키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전작 트위스터의 도로시 1호기
이 도로시 라는 장비는 몬스터볼처럼 생긴 기상 관측장비를 잔뜩 담은 통을 차에 싣고 다니다가 토네이도 근처에서 날리면
빨려들어간 몬스터볼들이 토네이도 곳곳에서 여러 기상요소를 관측하는 장비입니다.
무언가 관측을 할 때 고정된 위치에서 관측을 하는 방식을 ‘해밀턴 역학’, 흐름을 따라가며 관측을 하는 방식을 ‘라그랑주 역학’이라고 부르는데
이 방식은 라그랑주 역학의 방식을 따른다 생각할 수 있으며 영화 초반에 직접적으로 언급됩니다.
실제로 토네이도는 아니지만 토네이도를 만들 정도로 강한 중규모 폭풍의 구조를 알아낼 때,
이러한 방식으로 관측장비 여러 개를 날리는 실험이 수행된 바가 있으며,
최근에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구를 할 때도 비슷한 방식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토네이도(재난)를 대하는 전작의 태도는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이해를 도모한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이번 작품은 정식 속편이기는 하나 최초에 리부트를 목적으로 제작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인물간의 연관성은 없지만,
여러 요소를 통해 전작을 오마쥬하기도 하고 전작의 주제 의식을 발전시키기도 합니다.
아직 한 번도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케이트’ 라는 기상학자입니다.
케이트는 오클라호마 출신으로 대학시절 토네이도에 관련된 과학 프로젝트를 하다 친구들을 잃은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케이트의 과거를 상징하는 이 장면에서 도로시 버젼5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본작 트위스터스의 도로시 5호기
이 사고를 계기로 케이트는 위험한 연구는 그만두고 뉴욕의 기상청 (NWS, National Weather Service)의 직원이 됩니다.
케이트가 친구들을 잃은 계기가 된 실험에서는 ‘하비'라는 또 다른 생존자 친구가 있었는데,
하비가 케이트를 찾아와 "너의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능력이 필요해.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라고 하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케이트를 중심으로 이 하비라는 친구와 타일러라는 유-츄바는 토네이도를 대하는 정 반대의 태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비는 군대에서 접한 경량화된 PAR (정밀근접레이더, Precision Approach Radar)를 활용한 과학 프로젝트를 위해 케이트에게 온 것인데,
일단 레이더라는 장비에 대해 먼저 소개하면 전파를 쏴서 액체나 고체상태의 구름에 반사된 신호를 받아 구름의 위치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빙글뱅글 회전하며 주변을 스캔하는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하비가 가져온 PAR이라는 장비는 원래 항공기 유도 등에 쓰이는 장비로, 한 방향을 바라보며 측정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포켓몬go나 내비게이션 등에서 활용되는 GPS에서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하기 위해서는 세 개의 위성이 필요합니다.
영화에서 하비는 이와 동일한 발상으로 토네이도를 둘러싼 3개의 PAR을 통해 토네이도에 속한 모든 입자의 위치를 측정하여
토네이도의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통해 토네이도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케이트를 설득합니다.

오즈에게 팔려가는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일행
이러한 태도는 전작에서 도로시를 활용한 ‘토네이도 이해하기 대작전’을 생각나게 하는데,
이를 증명하듯 본작에서 토네이도 이해하기 대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장비인 3개의 PAR에는
각각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 (Scarecrow, Tin man, Lion) 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 다시 보니 세 PAR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차량 이름은 Wizard였네요. 정말 모든 등장인물이 모였음ㅋㅋ)
본작의 두 주인공인 케이트와 타일러가 토네이도를 대하는 태도는 조와 하비와는 달리 토네이도는 넘나 무서운 존재이지만
용감히 맞서고 극복해보자 입니다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태도입니다).
이번 작품에서 토네이도가 접근할 때 영화관으로 대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때 스크린에서는 1931년작 프랑켄슈타인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전작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는데, 전작에서는 야외 극장에서 1980년작 샤이닝이 나오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정이삭 감독은 인터뷰에서 토네이도처럼 재난영화에 나오는 자연현상은 마치 영화속의 살인자와 괴물과 같아서
그것을 피하려 하고 숨으려하고 도망치려 하는데, 극장에서 나오는 영화는 그것을 상징하는 장면이라고 인터뷰를 한 바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보는 영화관이 ㅈ되는 것을 보는 재미 + 스크린의 괴물이 실제 괴물인 토네이도로 전환되는 희열)
본작의 타일러 역시 케이트에게 어릴적에 토네이도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은 굉장히 무서운 경험이었다 고백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하지만 케이트와 타일러가 친해지기 시작하는 단계인 투우장 장면에서 타일러는 그러한 과거가 있지만 나는 토네이도에 용감히 맞서고 있다.
체이싱은 투우와 같은데, 무서움을 이겨내고 맞서야만 무서운 황소에 올라타고 길들일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로는 약간 뉘앙스가 다르긴 하네요. 타일러에겐 체이싱이 정면으로 맞서싸운다기보단 그냥 올라타버린다, 즐긴다의 느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타일러가 이끄는 체이싱 팀인 토네이도 랭글러(카우보이)의 앰블럼은 토네이도에 황소의 뿔을 단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부터는 영화의 중요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별거 아님)=============
3. 토네이도를 극복
주인공 케이트가 친구들을 잃게 된 과거 과학 프로젝트의 목표는 토네이도를 없애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케이트의 이러한 태도를 표현하는 대사가 몇 번 나오는데,
토네이도를 길들인다 (taming), 없앤다 (vanishing), 붕괴시킨다 (distrupt)라는 표현을 통해 케이트가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를 알 수 있습니다.
케이트는 아주 어릴 때 부터 토네이도에 미쳐있는 캐릭터로, 영화에서 그녀의 과거 아이디어 노트를 볼 수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잘 보시면 폴리아크릴산나트륨 (Sodium Polyacrylate)이라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주로 중합체 (polymer)라고 언급되는 이 물질은 자기 질량의 100-1000배 가량의 물을 흡수하는
고오오급 물먹는 하마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케이트의 아이디어는 이 물먹는 하마를 토네이도에 뿌리게 되면 토네이도를 동반한 폭풍의 연료가 되는 물을 없앨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토네이도를 말라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choking 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입니다.
하지만 실제 폭풍에 동반된 물의 양을 생각하면 대학시절 그들이 가지고 간 드럼통 6개 분량의 중합체로는 많이 부족했고
(100 km 크기 폭풍에 있는 물의 양은 약 1억톤 정도 됩니다), 그러한 참사가 일어나게 되죠.
(+ 지금 보니 단순 폴리아크릴산나트륨을 쓰는게 아니라 뭔가의 합성물을 사용하여 개량하는 부분이 있네요…
사실 영화에서 사용하는 중합체는 현실에 없는 신기 물질인 듯ㅋㅋ)
(+ 케이트가 계산한 노트를 살펴보니 일단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은 300-1000 배로 제 계산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폭풍의 크기가 10 km 규모라고 가정되었고 결과적으로 총 물의 양을 10만톤 정도로 계산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 경우에는 100톤 정도의 폴리머라면 폭풍의 물을 없앨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 것 같네요…)
(+ 라고 말하자마자 1.5톤의 폴리머로 300배 계산 해서 450톤의 물을 흡수하는 것으로 계산하고 있넹… 그땐 이걸 왜 놓쳤지…)
성인이 되고 타일러와 함께 ‘당시엔 양이 부족했어' 라며 이번엔 더 많은 드럼통을 들고 실험을 하지만 실패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게 영화에서는 이번엔 양은 괜찮았는데 다른 요소 때문에 실패했다는 설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생각해낸 다른 요소란 다이맥스 물먹는 하마가 연료가 될만한 물을 다 잡아먹는다 해도
어차피 상승류+공기의 수렴이 주변의 수증기를 다시 빨아들이기 때문에 폭풍은 죽지 않는다 라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바로 댄스파우더입니다. 아니 인공강우입니다.
댄스파우더의 원료이기도 하고 현실에서도 인공강우를 위해 사용되는 요오드화은을 타일러의 체이싱카에 달린
로켓런쳐 (사실 폭죽 거치대 수준)로 발사해 폭풍이 빨아들일 수 있는 수증기를 다 물방울로 만들어버리고,
이렇게 급격하게 성장한 물방울들이 ‘비가 되어 내려오며어언~~’ 추가로 증가된 분량까지 고려해
양이 더욱 늘어난 거다이맥스 물먹는 하마로 다 잡아먹어 구름을 죽이겠다는 것이 바로
토네이도죽이기계획_최종_진짜최종_진짜마지막최종.txt 되겠습니다.
다행히 작중에서는 엘 레노에 나타난 EF-5토네이도를 죽이는 데에 성공하며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이 계획을 언급할 때 나오는 기상학 용어로는 콜드풀 (cold pool)이 있습니다.
아까 구름이 발달할 때에는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며 (기체->액체) 열을 방출했던 것과 반대로
구름 발달 과정 후반부에는 한껏 성장하여 비가 되어 떨어지는 물방울이 구름을 벗어나게 되면 이제 반대로 증발을 하게 되고 (액체->기체)
주변의 열을 빼앗아 차가운 공기덩이가 만들어집니다.
이 무거운 찬 공기가 바닥에 닿으면 이제 바깥으로 퍼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비가 오지 않더라도 근처에 비가 오면 갑자기 차가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큰 구름 주위로 둥그렇게 띄모양의 구름 경계가 있고 안이 텅텅 비어있는데 그 부분이 찬 공기가 있는 콜드풀 영역
주인공들이 인공강우를 통해 구름을 더욱 성장시키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
구름의 발달을 촉진 -> 빠른 강수 생성 -> 콜드풀 생성 유도 -> 강한 하강류 -> 폭풍 뒤져 라는 흐름으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토네이도 죽이기에서 콜드풀이 생성되며 거대한 폭풍구름이 무너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주 인상 깊었습니다.
다만 콜드풀이 생겨 바깥으로 퍼지게 되면 그 경계에서 구름 바깥쪽으로 향하는 강한 바람이 부는데
토네이도가 소멸될 때 그 표현이 나오지 않은 점은 꽤나 유감이었습니다.
(+ 이번 작에서는 그동안 발전된 다양한 관측 기술을 보여주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PAR도 그러하지만, 대표적인 것이 드론 관측인데 본작에선 실제 드론은 떠다니는 모습만 보여줬고
실제 유츄바 팀이 사용했던 것은 엄밀히 말하면 UAV (무인비행체)입니다…만 이들은 드론이라고 부르더군요.
아무튼 처음에는 이 UAV를 멀리있는 폭풍이 토네이도로 발달할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정찰용으로 사용했지만
후반에는 개조를 통해서 기상측정까지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드론을 활용해 바람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한데,
동일한 장소를 유지하기 위해 드론이 자세 및 위치를 조정하는 기록을 남겨 이를 통해 역산하여 추정하는 방식으로 측정합니다.)
(+사실 엔딩 크레딧이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주로 레이더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데 이 또한 너무 인상 깊네요)
4. 개인적인 감상
위에 잔뜩 텍스트를 쏟아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저는 이 영화를 매우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사실 현실성이 없지만) 실제 과학을 기반으로 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는 것도 (제 전공과 너무 깊이 연관되어 더 그럴지도),
기존 재난영화와는 다른 자연현상을 극복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주인공들도 (실제로는 자살행위),
곳곳에 숨어있는 전작의 오마쥬와 상징을 발견하는 것도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한 때 이런 자연현상을 다루는 재난 영화가 잔뜩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에 뜸했는데,
간만에 전통적인 재난영화 다운 영화를 볼 수 있어 너무 좋았고,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님의 연출이기 때문이었는지 단순한 재난영화 치고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섬세한 점도 인상이 깊었고,
그저 재난이 벌어지고 사람이 죽어 나가고 가정이 무너지고 하는 장면만 보여주는 게 아닌
재난 후의 복구현장과 그 안에서의 다양한 사람들, 재난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고자 하는 인물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내용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고 최대한 토네이도와 체이서들의 서사에 집중한 점도 좋았구요.
다른 재난영화와 비교했을 때 이 영화의 가장 무서운 점은 다른 재난 영화의 소재들은 대체로 매우 특수한 상황이거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큰 가정이 뒤따르는데 반해 토네이도는 실제로 매우 자주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미국 한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데 동네에 하나 있는 단관 극장에서는 오펜하이머 틀어주느라 바빠서 (개봉 1주년이라고 또 틀어줌)
편도 1시간 가야 있는 극장에서 볼 수밖에 없기에 관람 선택권이 별로 없었지만,
아맥이나 돌비나 4dx처럼 특수관에서 보게 되면 더욱 재미난 체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막상 쓰다 보니 많이 길어졌는데 보시는 분들이 영화를 보시는 데에, 영화를 보신 후에, 혹은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재미난 글이 되었 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