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면수심님 해명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략 10개월 전 신입 사원으로 지금의 회사에 들어왔습니다. 설레는 마음 반 긴장되는 마음 반으로 9시 출근인데 무려 8시쯤 사무실에 도착을 했더랬죠.
아무튼 웰컴 키트도 받고, 같은 층 사무실에 계시는 직원분들께 인사도 다니고, 사장님께도 인사 드리며 떨리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일을 배우기 시작한 입사 첫날, 이사님께서 제가 들어온 기념으로 저희 팀 분들과 다 같이 점심을 먹자고 하셨습니다.
회사 앞 그럴싸한 중국집 룸에서 점심을 먹는데… 탕수육은 3~4명 당 하나로 깔아 놓고 날이 추우니 짬뽕을 고르는 분위기였는데, 세상이 저를 억까하는지 저를 제외한 10분 모두가 굴짬뽕을 드시는 겁니다! 순간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굴을 안 먹거든요. 그렇다고 어린 신입 사원이 입사 첫날부터 저는 차돌짬뽕을 먹겠습니다!라고 당당히 이야기한다면 “이야~ 완전 MZ인데요?”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이미 침니버스에 뇌가 절여진 저는 한 10초 고민하는 척을 하고 “저는 차돌짬뽕으로 하겠습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물론 굴을 먹지 못한다고 첨언하긴 했지만 “그래~ 젊으니까 고기 많이 먹고 든든하게 일해야지!”라는 이사님의 한 말씀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차돌짬뽕이 나왔고 저는 속으로 '종수야, 지식은 우정을 대신할 수 없어!'라고 읊조리며 차짬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인데 자꾸 웃음이 나와 참느라 혼났습니다. 물론 상황이 상황인지라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나에 걸리는지오는지 모르고 먹게 되어서 많이 들어가지는 않아서 한 절반 정도밖에 못 먹은 것 같네요. 아무튼 만약에 제가 회사에서 눈치 보지 않는 당돌한 신입 이미지가 박혀있다면 그건 전부 철면수심님 때문입니다. 해명 부탁드립니다.
이것이 바로 그 차돌짬뽕입니다. 사진은 나중에 다시 방문해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