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교양책 추천 - 미르카, 수학에 빠지다

작년 8월에 한국어로 전권 번역된 미르카, 수학에 빠지다 시리즈입니다.
이게 무슨 장르의 책이냐 물으신다면 저도 잘 모릅니다. 수학 픽션? 수학 + 로맨스…?
비중이 대략 수학 70%, 로맨스 10%, 진로고민 10%, 일상 10% 정도 됩니다.

이렇게 매권마다 수학에 관련된 주제가 있습니다. 4권도 펴보면 코딩을 약간 가미한 수학책입니다.
예전에 안될과학의 수학 영상들을 보고 수학뽕이 막 차올라서 인터넷의 관련 교과서를 읽어봤는데요, 너무 어렵더라고요.
제가 수학에 관심은 있는데 막상 배우려고 교과서를 펴보면 지루하고, 왜 하는지 모르겠고, 잠이 아주 잘 옵니다. 보통 수도 없이 쏟아지는 정의와 정리에 묶여 지금 배우는게 왜 중요한지 생각할 시간은 없더라고요. 그러다보면 처음에 왜 관심이 생겼는지도 까먹습니다.
미르카 시리즈는 수학 교과서에 스토리를 입혀서 흥미를 잃지 않게 잘게잘게 소화를 시켜 만든 펭귄밀크같은 책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장점을 나열해보겠습니다.
1. 자발적인 수학에서 오는 낭만
등장인물들은 책 내에서 누가 시켜서 수학을 하지 않습니다. 재밌거나 신기해서, 더 알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탐구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학교에서 시험준비하랴 과제하랴 바쁜 와중에 뭔가 동기부여가 됩니다.
2. 지루하지 않은 빌드업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초중반부에서 다뤘던 문제들이 전부 후반부의 문제를 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갈루아 이론을 다루는 5권에서는 사다리 타기로 책을 시작합니다. 거기서 군이 튀어나오고 하는 식으로 이어집니다.
또 증명이 길때는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하게 되는데요, 계속 큰 그림을 상기시켜줘서 지루함이 덜합니다.
3. 세가지 시선으로 즐기는 수학
등장인물이 약 세명인데요, 수학을 처음 해보는 주인공의 후배 테트라, 수학을 좋아하지만 아는것만 많고 그 속의 뜻은 모르는 주인공, 그리고 개쌉고수 미르카 이렇게 세명입니다. 미르카는 교수님 포지션입니다. 책 내에서 학회도 가고 비행기에서 논문도 읽습니다. 미르카가 수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대한 관점도 많이 나오는데 교수님의 관록이 느껴집니다.
보통 테트라와 주인공이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겨우겨우 풀었는데 미르카라는 천재 친구가 간결한 해법을 제시하는 식으로 나옵니다. 혹은 주인공이 아이디어는 냈는데 이걸로 뭘 할지 모르다가 미르카가 그 아이디어를 일반화시키거나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정의해서 이어가는 식으로 말이죠.
저같은 비전공자 분들은 테트라와 주인공에 더 공감할것 같습니다.
4. 세세한 증명
3권에서 실제로 괴델의 제 1 불완전성 정리를 증명합니다. 정의도 나오고 정리도 무지막지하게 나와요. 교과서만큼은 아니지만 유튭영상등을 보고 주제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미르카 시리즈를 읽어보는게 좋은 시작점이 될것 같아요.
만약 증명을 처음 접해도 미르카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무섭지 않게 세명의 시선으로 전개되니까요. 수학이 이런 거였어? 라는 생각이 드실거라고 장담합니다.
물론 증명이 다 나오진 않습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다루는 2권에서는 증명의 큰 흐름만 짚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이니까요.

제목에 교양이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교양느낌은 아니네요. 그렇다고 교과서는 또 아닙니다.
여기 미리보기가 있는데 보시면 무슨 느낌의 책인지 아실 거에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8908443
어쨌든 재밌게 읽은 책 저만 보기에 아까워서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