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 초기작 특별전 후기

2008년, 장편 데뷔작 <열정>으로 나타난 뒤, <해피 아워>,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연출하며, 

현재는 명실상부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 감독의 반열에 오른 하마구치 류스케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처음이 있었죠, 이번에 CGV에서 단편 4편, 장편 1편을 포함한 초기작 5편으로 기획적을 열어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본 류스케의 영화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편 밖에 없지만, 이 영화를 정말 인상깊게 본 지라 하마구치 감독에 대한 궁금증으로 5편 모두 보게 되었고, 후기글을 남겨 봅니다

스포는 거의 없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 (2003)

하마구치 감독이 도쿄대에 재학하던 시절, 영화연구회에서 졸업작품 느낌으로 찍은 장편작 아무렇지 않은 얼굴의 단편 버전입니다

대략 내용은 계절학기 특강을 위해 도쿄로 온 한 재수생이 고등학교 동창과 그녀의 친구들을 만나면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습니다

사진에서부터 알 수 있듯, 화질이 매우 좋지 못한데, 이는 2002년도에 이 영화를 8mm 필름으로 찍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진 화질을 감안하고 본 영화는 꽤 좋았습니다, 아직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대다수의 하마구치 감독의 작품들의 장점인 대화가 이때부터 특출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2009)

결혼식 직전 벌어진 작지만 큰 소동에 관한 영화입니다

대학원까지 마친 하마구치의 영화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보다 훨씬 더 정교해지고 섬세해졌습니다

맛있는 대사들과 더 자세하게 묘사되는 관계들, 그리고 뜬금포 상황까지 합쳐진 유쾌하면서도 유쾌하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친밀함 (2012)

이번 기획의 최종 보스라고 볼 수 있는 친밀함입니다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 2부는 그 연극을 공연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은 두 파트와 인터미션까지 포함해 장장 265분 (4시간 25분)

그래서 그런지, 중간 중간 힘들기도 했지만, 시간과 공간을 이용한 연출, 서로 간의 소통, 그리고 화룡정점 엔딩까지.. 이 기획전이 있는 이유 중 하나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모로 에릭 로메르 감독이 떠오르는 작품..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2013)

현대 무용을 배우는 두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다소 을씨년스럽습니다, 그리고 대사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많이 힘들고, 이 부분이 색다르면서 섬뜩하기도 합니다 

하마구치 류스케보단 그의 스승인 구로사와 기요시가 더 생각나네요

천국은 여전히 멀어 (2016)

성인물 모자이크 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유조와 동거 중인 미즈키가 어느 날 찾아온 미즈키의 여동생과 다큐를 찍는 영화입니다

이번 기획적에서 가장 짧은 러닝 타임을 가졌지만, 그 깊이와 울림은 가장 긴 친밀함과 견줄 정도로 엄청난 단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하마구치의 장점들이 다 합쳐진 완전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으로 후기를 마칩니다

추천 순서는 (1) 천국은 여전히 멀어, (2) 친밀함, (3) 섬뜩함이 피부에 닿는다, (4)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 (5) 아무렇지 않은 얼굴입니다

8/19까지 진행 중이니, 천국은 여전히 멀어는 꼭 보시길 바랍니다!